오두막 126번째 이야기 - 'END TIME, 이 망할 놈의 지구인들!'
오늘 소개하는 일반서적은 박노해시인의 '푸른 빛의 소녀가'이며, 신앙서적은 심영규목사님의 '요한계시록 묵상집' 입니다.
박노해씨를 어느 시대, 어느 책으로 만나냐에 따라서 그분과 나와의 관계가 다양하게 설정되어 왔었습니다.
1984년 '노동의 새벽'으로 만난 박노해씨는 제게 전태일열사의 '변호인'으로 만나게 되었고...
1998년 '사람만이 희망이다'에서 만난 박노해씨는 '인권운동가'로 만나게 되었고...
2010년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에서 만난 박노해씨는 '시인'으로 만나게 되었고...
2014년 '다른 길'에서 만난 박노해씨는 '사진작가'로 만나게 되었고...
이제 2020년 '푸른빛 의 소녀가'로 만나는 박노해씨는 '지구 지킴이'로 만나게 됩니다.
사실 책을 온라인으로 선택하여 주문하고 막상 받아 보았을 때는 잠깐 책에 대한 싫망이 있었습니다. 물론 '시와 그림' 책이기에 상업상 '비닐지'로 덮어 팔 수 밖에 없었는지는 몰라도 그래서 더 큰 기대를 갖고 책를 펼치는 순간 단 5분만에 '내가 왜 이 책을 샀나'라는 생각만 밀려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주일설교 본문인 베드로후서 3장의 '마지막날'을 준비하다가 다시 펼친 박노해씨의 '푸른빛의 소녀가' 책에서 마치 흙속의 진주를 발견하듯이 큰 감동과 깨달음이 밀려왔고 그래서 그랬는지 며칠전 불평하던 내 마음에 미안함이 밀려왔습니다.
박노해씨는 외부에서 온 '푸른빛 소녀'의 입을 빌려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지구에서 좋은 게 뭐죠?"...
"그럼 지구에서 슬픈 게 뭐죠?"
"중력의 무거움요 인생의 짧음이요 너무 자주 아픈 몸과 번뇌로 가득한 마음요"
"지구를 짓누르고 있는 폐기물과 무기들요"
"지구를 벗어나지도 나를 벗어나지도 못하는 거요"
"소유하고 인정받는 데 짧은 생을 다 쓰느라 자기 자신마저 알지 못한 채 떠나가는 거요"
물론 여기까지의 시와 그림이 책 전체의 반 정도의 이야기지만 전 그만 이 깊은 철학의 동굴 속으로 빨려 들고 말았습니다.
난 과연 박노해시인처럼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지구에 대하여 얼마나 생각하며 살고 있는가? 이 '지구의 슬픔이 과연 무엇인가'를 난 과연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내 자신에게 질문하였는가? 과연 내가 살고 있는 미국땅의 마지막 모습은 어떤 모습일 것이며, 난 이 마지막 미국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여기에 대한 좋은 신앙서적이 있습니다. 바로 심영규목사님의 '요한게시록 묵상집' 입니다.
심영규목사님은 책의 서문에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지구, 그중에서도 자신이 살고 있는 '미국'에 대한 애정을 굉장히 과격하게 시작합니다. '망할 놈의 미국 놈들!'
"2015년 6월 26일!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 보니 미국이라는 나라가 크게 변화해 있었다. 이 날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을 내린 비운의 날이었다... 나는 충격으로 인해 마음이 어둡고 무거워지기 시작했으며, "망할 놈의 미국 놈들!"이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터져 나왔다." (p.4)
"미국의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이 날은 엔 타임 End Time으로 들어가는 변곡점으로 커다란 획을 긋는 사건이다. 바울은 주의 날이 임하는 두 가지 현상으로 '배도하는 일'과 '불법의 사람 곧 멸망의 아들의 등장'을 말한다. (설후 2:3) 세계 선교사 파송 1위국인 미국이 동성결혼을 합법화시킨 일은 명실공이 하나님께 대한 배도 행위이다." (p.6)
이 책은 단순한 요한계시록에 관한 책이 아닙니다. 제 책장에 20여권의 요한계시록에 관한 책들이 꽂혀있지만 미국현장에서 목회하는 제게 당연코 '최고의 책'임을 자신할 수 있습니다.
심목사님은 미국의 무너짐을 묵상하면서 2015년부터 ;성서속의 산책로'라는 제목으로 1년동안 매주 한 단원씩 올렸던 글들을 모아 엮은 귀한 책입니다.
"성서 속에 '길'이 있는 것이고, 그 길을 걷다보면 '답'을 얻는 것이며, 그 답 속에 바로 '뜻'이 숨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p.7)
몇가지만 이 책의 백미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반드시 속히 될 일'이라는 어감 속에는 '반드시 속히 끊어 버려야 할 일'이라는 여운을 남긴다. '반드시 속히 될 일'을 곱씹으면 '반드시 속히 살 일'이 떠오른다." (p.18)
"'반드시 속히 될 일'에 무감각하게 살아가면 '반드시 속히 될 일'은 '반드시 속히 당할 일'이 된다." (p.18)
"교회가 어떤 교회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명제를 논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주인이 과연 어떤 주인가?"를 환기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엔 타임의 예수님과 신자와의 관계는... 신랑과 신부의 관계이다... 이제는 기다림의 영성, 순결함의 영성으로 충만한 상태의 신부가 아니고서는 신랑과 연합할 수 없다." (p.21)
"하나님은 인간의 끝이 언제 끝나는지를 아시지만, 인간은 하나님의 끝이 언제 시작되는지를 모른다." (p.392)
"하나님의 작품인 '인간의 시작'이 인간의 작품인 '죄의 시작'으로 전환 된 것이 역사이다. 영원이 죄의 시작 속에 들어 온 사건이 그리스도의 성육신이다." (p.394)
"시작이 안 좋아도 끝이 쫗으면 다 좋아진다... 내 생각을 끝내야 하나님의 생각이 시작되듯, 죽는 길을 끝내야 사는 실이 시작된다." (p.395)
"희망의 셈법이 아주 간단하다.
희망 = '아멘'신앙 + '마라나타'신앙
'아멘'신앙은 예수님의 재림을 순수히 믿는 신앙이다... '마라나타'신앙은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실제로 기다리는 신앙이다. 재림을 단순히 믿는 정도 가지고는 희망을 붙잡을 수 없다. 마라나타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에 삶의 코드를 맞추고 자신의 변화에 올린 하기 위해 늘 깨어있는 자이다." (pp.412-413)
아무쪼록 이 두 책을 통해 더 깊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 이 미국을 더 깊이 창조주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더나아가 이 지구와 이 미국 땅을 심판하실 심판자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신랑과 신부의 관계'를 돌아보기를 바랍니다.
속히 오시겠다는 예수님의 약속을 '아멘'신앙으로 순수히 '믿고' 그리고 또 '마라나타'신앙으로 실제로 '기다리면서' 마지막 때를 거룩하고 순전한 신부로 살아가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