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198번째 이야기 – ‘나는 손’을 ‘잡는 손’에게 내어드리는 무명의 목사!
오늘 소개하는 일반 서적은 헨리 나우웬과 캐럴린 휘트니브라운의 ‘날다, 떨어지다, 붙잡다’이고, 신앙 서적은 김일환 전도사의 ‘무명’입니다.
일반 서적입니다. 헨리 나우웬이 1996년 9월 21일에 죽은 후, 2022년 그의 마지막 유작인 ‘날다, 떨어지다, 붙잡다’가 케럴린 휘트니브라운에 의하여 출판되었습니다. 네덜란드의 한 호텔에서 응급 구조를 받기 위해 ‘공중에 떠 있는 나우웬’의 모습과 독일에서 헨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공중에 떠 있는 곡예단의 로드레이의 모습’을 이중 나선 구조로 엮어 논픽션 책을 만들었습니다. 로드레이 공중그네 곡예단과 헨리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면서 그의 인생과 작품 전체를 잘 조명하고 있습니다.
신앙 서적입니다. 김일환 전도사는 성급한 결론이 아닌 탁월한 하나님의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의도하지 않았던 ‘혼자’인 시간과 ‘익명’의 시절을 소중히 여기는 ‘우리가 본 교회’의 담임 전도사입니다. ‘무명’은 하나님의 사람이 ‘꿈, 훈련, 무명, 사명’의 과정을 통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를 목사로 부르신 하나님의 목적을 다시 깨닫는 시간이 되어서 행복했습니다.
두 책을 읽으면서 두 권이 아닌 한 권을 읽는 듯했고, 두 명의 저자를 만나는 동안 두 명이 아닌 한 명의 저자와 독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누가 헨리 나우웬인지 김일환인지 헛갈렸습니다. ‘무명’을 읽을 때 7년 전에 방문했던 라르쉬 데이브레이크 공동체에서 헨리 나우웬과 대화를 나누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날다, 떨어지다, 붙잡다’를 읽을 때 작년에 방문했던 서울 영등포구 신길로 165번지 3층의 ‘우리가 본 교회’에서 김일환 전도사와 이야기하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두 권의 책은 서로에게 질문하고 또 서로에게 대답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무명’의 목차에 따라 ‘날다, 떨어지다, 붙잡다’의 내용을 연결해서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꿈
(무명) 꿈을 두고 말하기 전에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 ‘인생과 신앙을 이해하는 방식’입니다. 그 방식은 ‘훈련, 무명, 사명’의 검질긴 과정을 겪어야 알게 되는데 곧 하나님이 이끄시는 방식입니다.
(날다, 떨어진다, 붙잡다) 꿈은 환상이 아니라 현장입니다. 라르쉬, 셀마, 마르틴 루터 킹 주니어의 장례식, 에이즈 팬데믹 때문에 모인 사람들, 공중그네 순회 곡예단 현장의 경험입니다. ‘잡는 손’(하나님)에 전적으로 의지해야만 하는 ‘나는 손’(사람)의 비밀입니다.
2. 훈련
(무명) 훈련의 내용은 세 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복적인 행위, 연구, 절제입니다. 반복적인 행위는 탁월성을 탄생시킵니다. 더 탁월해지려면 그 자체에 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불필요한 것들을 완전히 절제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훈련에서 출발점은 마음의 영역입니다. 사람의 마음에 유일성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확고한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깨어진 마음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자기 자신을 신뢰하지 않고 하나님에 대해서만 반응하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이 훈련을 마친 사람은 세상이 기준으로 제시하는 자격은 접고 하나님이 주시는 결과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날다, 떨어지다, 붙잡다) 로드레이 공중그네 곡예단이 가진 최고의 자산은 예인(藝人)의 자긍심입니다. 공중그네에서 곡예를 펼칠 때 아무리 어려운 기술과 순서라 할지라도 쉽고 매끄럽고 우아해 보이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 훈련입니다. 훈련이 공연을 보고 있는 관중이 위험에 신경 쓰지 않고 아름다움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듭니다.
아름다운 공연의 전제는 깨어짐입니다. 공중그네에서 빚어질 수 있는 불신의 덫을 제거하고 원망이나 두려움이 없는 공연, 자신감과 신뢰가 가득한 공연을 실행하기 위해서 서로의 마음을 부수는 일입니다.
“단원마다 각 연기를 솔직하게 평가하고 서로를 비평하되, 잘못은 지적하고 잘한 부분은 인정해 준다고 했다. 그러면 눈부신 망토를 두르고 다음 공연에 입장할 때는 원망이나 두려움 없이 자신감과 신뢰만 남는다. 그들의 헌신과 훈련과 협력,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 매사에 임하는 방식이 나를 매료했다.”(P. 264).
3. 무명
(무명) 마음의 훈련을 받은 사람을 하나님께서 바로 사용하지 않으시고 먼저 ‘무명’이라는 자신의 수업에 참여시킵니다. 마음을 훈련할 때 깨어진 마음을 준비시키고, 무명의 수업에서 철저하게 인간적인 희망과 가능성을 잃어버리는 사건을 경험하게 합니다. 그들의 모든 결론이 자신의 이름을 높이는 유명이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서 사는 사명의 길로 걸어가게 만듭니다.
무명 수업은 탁월함과 겸손함을 탄생시킵니다. 탁월함의 기준이 하나님과의 관계이며, 겸손함의 결과가 우리를 탁월하게 하시는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지속하게 합니다.
(날다, 떨어지다, 붙잡다) 예인(藝人)의 자긍심은 ‘나는 손’(사람)을 책임지는 ‘잡는 손’(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만듭니다. 나는 손은 아무런 존재가 아니고 오직 잡는 손의 중요성을 깨닫게 합니다.
“날아갈 때 잡는 사람을 완전히 믿어야 합니다 … 나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잡는 사람이 다 해야 합니다. 그게 비결입니다 … 나는 사람은 날아야 하고 잡는 사람은 잡아야 합니다. 나는 사람은 잡는 사람이 알아서 해 줄 것을 믿고 양팔을 내밀어야 합니다.”(P. 224).
4. 사명
(무명) 사명은 결론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하고, 삶의 기준으로 여겼던 결론적인 삶을 새롭게 보게 합니다.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사명은 순종과 부르심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원하는 순종은 진정한 사랑에 의한 행동입니다. 무명의 시간 속에서 겸손함과 탁월함, 그리고 결과를 하나님께 맡기도록 훈련해야 유명을 좇지 않고 사명을 따라가는 인생이 됩니다.
“그대가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인이 그대에게 주는 무대에서 충성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사명을 좇아간다면 그대는 언제든지 예수만큼 낭만적일 수 있습니다.”(P. 211).
(날다, 떨어지다, 붙잡다) 나는 손이 잡는 손을 신뢰하는 모습을 두고 헨리 나우웬은 이런 고백합니다.
“로드레이가 확신에 차서 그 말을 하는 순간 섬광처럼 내 뇌리를 스치는 예수님의 말씀이 있었다.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죽는다는 것은 저편에서 우리를 잡아 주실 그분을 믿는 것이다.”(P. 224).
헨리 나우웬 교수나 김일환 전도사는 모두 탁월한 영성가이자 글쟁이입니다. 그러면서도 글에만 묶여있지 않고 라르쉬 데이브레이크 공동체에서, ‘우리가 본 교회 공동체’에서 몸을 사용할 줄 아는 행동가입니다. 그래서 책에 힘이 있습니다. 감동이 있습니다.
인생과 목회가 곡예처럼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깨어짐의 연속이었고 떨어짐의 일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인생을 이해하는 방식과 기준이 달라지고, 더 이상 나를 신뢰하지 않고 하나님이 내려주시는 결론을 의심하지 않고, 유명을 따라 살지 않고 사명을 따라 살아야겠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지난 3월부터 미주성결교회에서는 해외선교부에서 주관하는 ‘성결선교학교’가 시작되었습니다. 강사로 섬기시는 선교사님들을 만나면서 무명의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탁월함과 겸손함으로 사명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잡는 손이신 하나님께 나는 손을 한껏 내어 드린 하나님의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나도 선교사님들처럼 나는 손을 잡는 손에게 내어 드리는 하나님의 사람, 무명의 목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