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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203번째 이야기 - '이 끔찍한 성직자들 때문에 교회를 떠났다!’
오늘 소개하는 일반 서적은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고, 신앙 서적은 필립 얀시의 '아. 내 안에 하나님이 없다' 입니다.
일반 서적입니다. 유럽의 실존주의, 영미의 분석철학 그리고 후기 구조주의 사상에까지 폭넓게 영향을 끼쳤던 니체가 기독교의 몰락과 니힐리즘의 도래를 재촉하는 한마디의 선언을 하였습니다. ‘신은 죽었다!’(Gott ist tot).
“지난날에는 신에 대한 불경이 최대의 불경이었다. 그러나 신이 죽었으므로, 신에 대해 불경을 저지른 자들도 함께 죽었다. (중략) 보라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친다.”(P. 17).
독일어로 초인(超人, Übermensch)을 문자 그대로 번역하자면 '무엇인가를 넘어선 사람'이라는 뜻이 있는데, 인간은 더는 신의 피조물이 아니라 힘에의 의지를 체현하는 존재임을 선언합니다.
“참으로 나는 그대들에게 말한다. 무상하지 않은 선과 악,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선과 악은 언제나 자기 자신으로부터 다시 극복되어야만 한다.”(P. 203).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목사였던 니체가 신의 죽음을 선언하고, 인간의 초인 됨을 선언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니체가 죽이고자 했던 것은 하나님이나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었습니다. 그분들을 경외한다고 하면서 온갖 부패를 자행하던 교회와 가증스러운 설교자와 성직자들을 죽이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죽음을 설교하는 자들에 대하여'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죽음을 설교하는 자들이 있다. (중략) 이 끔찍한 자들은 아직 인간이 되지 못했다. 그들이 나서서 삶의 포기를 설교하고, 스스로도 떠나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P. 73).
'성직자들에 대하여' 그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이자들은 성직자들이다. 나의 적이다. 그들은 사악한 적들이다. 저 성직자들은 가엾다. (중략) 그들은 시체로 살고자 했고 자신의 시체를 검은 곳으로 감쌌다. 그들의 설교는 아직도 시체 안치실의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P. 158).
오늘날 세상 사람들의 눈에 비쳐지고 있는 교회와 나를 포함한 목회자들의 모습은 과연 니체의 눈으로 보았던 ‘가증스러운 성직자와 설교자의 모습’과 큰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
신앙 서적입니다. 필립 얀시는 어릴 적 자랐던 '남부 백인 근본주의 교회'에 대한 미움 때문에 기독교를 떠났던 사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 때문이 아니라 니체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끔찍한 성직자들’ 때문에 교회를 떠났다고 말합니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다면, 필립 얀시는 ‘교회는 죽었다!’고 선언합니다.
필립 얀시가 이 책을 쓴 이유가 교회와 목회자들 때문에 하나님을 떠났던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든지 인격적인 하나님을 다시 만나게 해 주고, 교회다운 공동체로 그들을 이끌어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의 영어 제목이 ‘Reaching For The Invisible God’, 곧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입니다.
책은 '의심'이라는 메타포로 출발해서 '믿음'으로 나아가는 과정, 하나님을 향한 순례의 길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내가 의심에서 출발해 믿음으로 나아간 과정, 즉 하나님을 향한 순례의 길을 요약한 글이다.”(P. 7).
필립 얀시가 '나침반의 바늘'처럼 '세찬 흔들림이 있는 시간'을 거쳐서 다시 교회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를 ‘온전한 공동체와의 만남’이라고 고백합니다.
“나는 진리를 향한 순례의 여정 중에 은혜가 충만한 교회와 내 의심을 털어놓을 안전한 공간이 있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발견했다. (중략) 시카고 라살 스트리트 교회의 친구들이었다.”(P. 57).
‘남부 백인 근본주의 교회’ 때문에 하나님을 떠났던 필립 얀시, 그가 시카고의 ‘의심을 용납하는 교회 공동체’를 통해 다시 하나님께로 돌아온 것입니다. 교회 공동체가 필립 얀시가 하나님께 돌아오는 데에 지대하게 공헌했습니다. 그러나 시카고의 빈민 지역에서 사회활동가로 섬기는 그의 아내 모습이 그가 하나님께 강제 소환을 당하는 데 더 특별히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두 책을 읽으면서 이런 감사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니체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청년들이 오늘날 교회를 떠나는 이유에 관해 깊이 고민하는 기회를 주었고, 필립 얀시의 책 ‘아. 내 안에 하나님이 없다’는 교회를 떠난 청년들을 어떻게 다시 인격적인 하나님께 인도할 수 있는지 길을 찾게 해주었습니다.
1984년, 니체처럼 ‘신은 죽었다’ 필립 얀시처럼 ‘교회는 죽었다’라고 선언하고 하나님을 떠났던 나의 청년 시절을 회상해 봅니다. 그리고 40년 지난 2024년, ‘의심을 용납하는 교회 공동체’를 만나고, 10년 연속 미국 범죄 살인률 1위인 뉴저지 캠던지역에서 사회활동가로 섬겨가는 아내와 살아가는 지금의 나를 생각해 봅니다.
“아. 가증스러운 내 안에 여전히 은혜의 하나님이 살아 계신다!”
너무 오랜 기간을 방황했던 내게 위로해 주는 필립 얀시의 말에 크게 감사합니다.
“만일 하나님을 너무 쉽게 발견했다면 아마도 당신이 찾은 것은 하나님이 아닐 것이다.”(P.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