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209번째 이야기 – ‘아픈 것도 사역이다!’
오늘 소개하는 일반 서적 같은 신앙 서적은 이한영 교수의 ‘명자 누나’이고, 신앙 서적은 최영훈 사모의 ‘아픈 것도 사역이다’입니다. 여느 때 같으면 책에 관한 나의 이야기를 썼다면, 이번 글은 두 저자가 투병하는 누나와 남편을 간호하면서 써 내려간 글을 인용하며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일반 서적 같은 신앙 서적입니다. ‘명자 누나’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부총장이자 미주성결교회 증경총회장이었던 고 이석호 목사의 아들 이한영 교수의 간증 설교집입니다. 3편의 설교가 들어 있습니다. 27년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통증 가운데서도 암 투병의 고난을 멋지게 통과한 셋째 누나에 관한 이야기, 의사로서 누나를 눈물로 간호하다가 하나님으로부터 목사의 길로 부르심을 받은 이야기, 신학자의 길로 강제 송환된 저자의 간증은 감동을 넘어 큰 도전을 줍니다.
책은 전체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공감(共感)', 2부는 '하심(下心)', 3부는 '선(善)'입니다. '공감(共感)'은 메시아의 대속적 고난이 인간의 고난을 이길 힘이 된다는 내용입니다. 그 공감을 ‘구속적 공감’이라고 부릅니다.
“고난으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긍휼히 여김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직 그 아픔에만 머문다면 그는 작은 고통에도 절망할 것이다 … 고난 앞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이웃을 천국으로 인도할 것이다. 이는 고난의 신비가 함축하고 있는 구속적 공감이다.”(P. 80~81).
2부 '하심(下心)'은 '쓰다(마라)'라는 어근의 이름을 가진 사람 동정녀 마리아가 어떻게 '내 아들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 예수'로 하심(下心), 곧 내려놓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합니다.
“명자 누나는 기나긴 27년간의 암 투병을 마감하고 지금은 천국에서 안식하고 있다 … 명자 누나는 그 비운 마음에 그리스도의 고난을 새겼고, 이웃의 고난을 향한 공감으로 가득 채웠다. 그 공감은 누나가 죽은 이후에도 누나가 기증한 장기들을 통해 누군가의 눈을 밝히고 있으며, 누군가의 폐와 간이 되어 숨을 쉬고 있다. 누나는 그 비운 마음에 새긴 그리스도의 고난으로 나같이 못난 동생을 주님의 종으로 양육했다.”(P. 94~95).
3부 '선(善)'은 역기능적인 가정의 레아와 라헬을 통하여 인간사의 주인공이신 하나님께서 어떻게 선(善)'을 이루시는지를 해석하고 있습니다.
“고난이란 버려져야 하는 패가 아니라 한 장의 선(善)'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 아닐까?”(P. 145).
이한영 교수는 프랑스 철학자 폴 리쾨르가 논한 ‘상호적 취약성’(mutual vulnerability) 안에서만 인생의 최종적 퍼즐을 맞출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죄를 위해 대속의 길을 걸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퍼즐은 하늘 보좌의 영광이 아닌 십자가의 고난 안에서 해석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신앙 서적입니다. ‘아픈 것도 사역이다’는 미주성결교회 소속 아이오와은혜교회의 고 나용호 목사의 아내 최영훈 사모의 투병 일기 간증서입니다. 췌장암 발견 이후 화학 항암요법의 최대치인 항암 40회를 2년여 동안 함께 이겨내면서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를 너무나 사랑하는 두 분의 러브스토리는 읽는 내내 눈물을 흘리게 하였습니다.
“남편은 작년 10월 초부터 아픔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그해 12월 10일 췌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술과 담배도 안 하는 목사인 데다 고기나 튀김도 즐겨 하지 않는 남편이 왜 …? 누군가 그랬다. ‘애간장’이라고. 이민 목회의 개척교회 시절 남편은 사역 현장에서 애간장이 다 녹아내리도록 힘들었나 보다.”(P. 15).
투병이 시작된 지 1년 그리고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한 지 10개월 되던 날 저자는 하나님께서 남편이 아프기 시작한 창립 20주년 감사예배를 기점으로 부흥의 불씨를 교회에 허락하셨음을 고백합니다. 기도하며 전도했던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교회학교가 세워지고, 젊은 가정들이 이사 오고, 캠퍼스 사역의 지경이 넓어지면서 교회가 부흥을 경험합니다. 이때 남편은 아내에게 이런 고백을 합니다.
“목사는 아픈 것도 사역인가 보다!”(P. 66).
“건강해서 열심히 뛸 때는 부흥이 저 멀리 있는 것 같더니 목사의 투병으로 온전한 사역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이때 오히려 기도의 불길이 타오르고, 교회의 적재적소에 헌신적인 사람들이 세워지고, 부흥을 이루어 가는 것을 보면서 고백한 말이다. 여러 종류의 사역이 있지만 목사에게는 정말 아픈 것도 사역인가 보다.”(P. 66).
이 책은 투병 중인 남편에 대한 아내의 이야기도 감동이지만, 목사 아버지를 향한 두 아들의 러브스토리는 더 감동적입니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으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고서도 아버지 간병을 위해 아이오와를 떠나지 않는 작은 아들의 결단을 비롯해서, 큰아들의 천국환송예배 조사 마지막 부분에서 아버지, 아빠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의 글을 읽으면서는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아빠, 아빠는 이제 하나님 나라에 계시겠지만 저는 정말 보고 싶습니다. 아빠는 잘 싸우셨고 저는 아빠가 자랑스럽습니다. 이제 편히 쉬세요. 사랑해요!”(P. 163).
남편을 하늘나라에 보내고 혼자 된 엄마를 다시 만나는 두 아들의 러브스토리는 고 나용호 목사가 어떻게 지난 52년을 살아왔고, 지난 2년을 어떻게 투병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시카고 공항에서 큰아이를 만나는 순간 깜짝 놀랐다. 남편 생전에 내가 사주었던 남편의 외투를 입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아이가 약속이나 한 듯 둘 다 아빠의 외투를 입고 나선 것이었다.”(P. 215).
신학자 이한영 교수의 책에서 이야기하는 '공감(共感)', '하심(下心)', '선(善)'의 이야기가 이민교회 목회자 사모 책에서도 보입니다.
나용호 목사의 고난 이야기를 읽어가는 데 처음에는 나의 고난으로 공유되다가 결국에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의 고난으로 공감(共感)이 되었습니다. ‘남편 나용호’를 ‘목사 나용호’로 내려놓는 저자의 마음을 읽다가 나 자신의 정체성이 회복되고, 남편과 아버지를 잃어버리는 슬픔에서도 인간사의 주인공이신 하나님께서 어떻게 선(善)'을 이루시는지를 신뢰하고 기대하는 모습에서 하나님께서는 나의 이야기, 내 가족의 이야기, 내 교회의 이야기를 쓰고 계셨습니다.
아이오와은혜교회 두 분의 장로님은 처음 췌장암을 진단받고 사임서를 제출했던 나용호 목사를 도리어 격려하셨고, 40차례 항암치료에 실패하고 마지막 임상시험을 기다리면서 다시 제출한 사임서도 반려하셨습니다. 두 분이 나용호 목사와 사모를 붙잡고 기도를 제대로 잇지 못하며 눈물 흘리시는 모습을 읽을 때는 나도 따라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참으로 하나님의 사랑 안에 축복받은 사람들입니다. 우리 교회는 목사님의 투병에도 불구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강하며 우리가 모두 목사님 뒤에 서 있다는 것을 아시고 계속 힘을 내세요. 우리는 끊임없이 계속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한영 교수님 좋은 책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사의 길도 좋은 길이지만 목사의 길, 신학자의 길을 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영훈 사모님 좋은 글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큰아들과 작은아들, 정말 고맙다! 마지막으로 나용호 목사를 사랑하며 끝까지 목회할 수 있도록 신뢰와 힘을 주신 아이오와은혜교회의 두 장로님과 모든 성도님께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