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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5분에 책 두권 막 읽어주는 목사) Reading Pastor

 

 

오두막 222번째 이야기

 

기억 없는 확신은 뿌리가 없고, 회심 없는 확신은 독선이 되며, 확신 없는 기억은 추억으로 끝납니다!

 

일반 서적이 질문하고, 신앙 서적이 대답하는 오두막 이야기에서 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문형배 작가의 ‘호의에 대하여’와 마커스 보그의 ‘고백’입니다.

 

일반 서적입니다. 문형배 작가는 헌법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현재 카이스트(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 석학 교수로 임용되어 재직 중입니다. ‘호의에 대하여’는 평생 법조인으로 살아 온 작가가 ‘사람이 어떻게 타인과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1부에서는 일상에 관한 생각을, 2부에서는 독서 일기를, 3부에서는 사법부 게시판에 올렸던 글을 담았는데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고자 애썼던 한 법조인의 책을 기억, 회심, 확신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기억(Remember) – 기억은 자신의 존재를 있게 해 준 사람들의 호의를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호의는 단순한 친절이 아닙니다. ‘내가 지금 여기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타인의 선물’입니다. 특별히 작가의 멘토인 김장하 선생의 호의는 기억의 힘입니다. ‘이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는 것이다.’

 

*회심 (Conversion) – 회심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입니다. ‘권리 중심’의 인간에서 ‘관계 중심’의 인간으로의 변화입니다. 회심의 핵심 질문은 이러합니다. 나는 권리만 주장하며 살고 있는가? 나는 받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가? 나는 타인의 호의를 기억하며 살고 있는가?

 

*확신 (Conviction) – 확신은 회심의 과정을 겪으면서 갖게 된 결론입니다. 저자의 확신은 ‘세상은 호의로 유지된다’라는 것입니다. 단순한 낙관주의가 아닙니다. 법관으로서 수많은 갈등과 범죄, 배신과 폭력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간 사회를 마지막까지 지탱하는 힘은 강제력보다 호의라고 믿습니다.

 

‘호의에 대하여’는 문형배 재판관이 어떻게 사회는 힘과 두려움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회복 곧 호의를 통해 이루어져 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앙 서적입니다. 마커스 보그는 신약학자이자 성공회 신학자입니다. 신약학자 니콜라스 페린의 글을 빌리면 그는 ‘예수가 보여준 사회-정치적 비전과 개인-종교적 비전을 결합’한 신학자이고, 신약학자 스캇 맥나이트의 소개로는 ‘토론에 참여할 때 늘 상대방의 의견을 잘 경청하는’ 평신도 신학자이자 ‘복음주의자들에게 환영받는’ 진보 신학자입니다.

 

책은 저자의 기억, 회심, 확신의 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억(Remember) –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자신이 자란 신앙 세계를 기억합니다. ‘나는 어떤 신앙을 물려받았는가?’ 미국 루터교 전통 안에서 자란 작가는 단순하고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과 신학교를 거치며 역사 비평학과 현대 학문을 접하면서 신앙의 기억이 흔들립니다. 다만 신앙을 잃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던 신앙의 형태를 잃어버립니다.

 

*회심 (Conversion) – 단순히 과거 신앙을 버리지 않습니다. 다시 해석하고 재구성하려고 노력합니다. ‘나는 무엇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는가?’ 과거에 만난 하나님은 단지 멀리 계신 초월자였다면, 회심 이후에 만난 하나님은 ‘지금 여기서 경험되는 현존이자 우리 안에서 역사하시는 영’입니다. 역사적 예수를 통해 예수를 다시 새롭게 바라봅니다. 신앙은 단지 믿어야 할 교리이기보다 살아내야 할 관계로 깨닫게 됩니다.

 

*확신 (Conviction) – 많은 의문과 연구를 통해 회심 뒤 확신을 갖습니다. ‘결국 내가 붙들게 된 것은 무엇인가?’ 하나님을 경험한 사람의 확신을 갖습니다. ‘하나님은 실제로 존재하신다.’ ‘예수는 하나님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신 분이다.’ ‘기독교는 변화를 위한 길이다.’ ‘신앙의 목적은 천국행 티켓을 얻는 것만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삶의 중심은 사랑이다.’ ‘예수를 따르는 삶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삶이다!’

 

‘마커스 보그의 고백’은 어린 시절에 물려받은 신앙을 기억하고, 성인이 되어 그것을 깊이 회상하며, 마침내 하나님과 예수의 길에 대한 새로운 확신에 이르는 영적 순례의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책을 읽으면서 얻은 큰 깨달음입니다. 한 법조인과 한 신학자가 헌법재판관을 퇴임하면서 또 신학자의 일생을 마치면서 갖게 되는 ‘확신에 다다르는 과정’의 중요성입니다. 기억, 회심, 확신!

문형배 재판관과 마커스 보그 교수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한 사람은 법정에서, 다른 한 사람은 교회와 대학 강단에서 평생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인생의 후반부에 이르러 단순한 지식이나 경험이 아니라 확신에 도달합니다.

그것도 전혀 다른 인생의 길을 걸었는데, 얻은 확신에 우연치고는 필연적으로 유사성을 갖고 있습니다. 법조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가치인 ‘호의’와 신학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가치인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그냥 확신이 아닙니다. 큰 확신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자기 정체성입니다.

확신은 갑자기 생기지 않습니다. 모든 확신은 기억에서 시작됩니다. 김장하 어르신을 비롯한 사람들의 작은 선의와 배려가 한 사람의 인생을 지탱할 수 있는 경험을 몸으로 기억하게 하였고, 어린 시절 교회 공동체에서 배운 성경과 하나님에 대한 지식은 후에 신학자의 길로 가게 하는 기억이 되었습니다. 기억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닙니다. 신앙도, 인격도, 공동체도 기억을 잃으면 방향을 잃습니다.

 

그렇다고 기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억은 해석되어야 하고, 삶의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이 회심입니다. 문형배 재판관은 자신이 경험한 공동체의 선의를 단순한 추억으로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사회를 움직이는 원리로 이해했습니다. 마커스 보그 교수도 역시 어린 시절 신앙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신앙의 위기와 질문을 통과하면서 하나님을 심판자 중심으로 이해하던 관점에서 사랑의 하나님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회심은 단순히 종교를 바꾸는 사건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는 것입니다.

기억과 회심을 통과한 사람에게 비로소 확신이 생깁니다. 확신은 남의 말을 빌려온 것이 아닙니다. 삶으로 검증된 진리입니다. 문형배 재판관 인생 끝자락에서 내린 결론은 ‘호의가 세상을 지탱한다’라는 확신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김장하 선생의 말을 인용한 것이 아닙니다. 기억, 회심 과정을 거친 문형배 재판관 자신의 확신입니다. 마커스 보그 교수 역시 평생의 신학 여정 끝에 붙든 것은 ‘하나님은 사랑이다.’라는 확신입니다. 이 확신은 단순한 주장이나 이론이 아닙니다. 삶의 수많은 경험과 질문, 실패와 성찰을 통과한 뒤 얻은 결론입니다.

 

이 원리는 두 저자에게뿐만 아니라 나를 포함한 모든 목사에게도 적용됩니다. 목사의 세계관은 하나님이 행하신 일을 기억하고, 그 기억으로 끊임없이 회심하며, 그 회심이 확신으로 굳어질 때 형성됩니다. 기억은 나를 부르신 하나님을 붙들게 하고, 회심은 나를 변화시키며, 확신은 나를 끝까지 붙들어 줍니다.

목사와 교회를 감싸고 있는 교단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의 역사, 신앙의 전통, 신앙의 유산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억만 반복하면 전통주의에 빠지게 됩니다. 선배들의 신앙을 오늘의 현실 속에서 다시 해석해 나가며 고민과 질문, 대화와 토론의 과정을 통해 회심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확신이 생깁니다. 기억 없는 확신은 뿌리가 없고, 회심 없는 확신은 독선이 되며, 확신 없는 기억은 추억으로 끝납니다.

복음의 본질은 절대 바뀔 수 없지만, 복음의 형태는 시대와 사건 속에서 계속해서 변화해 왔습니다. 특별히 오늘날 복음의 소외자라고 할 수 있는 청년세대를 향한 목사의 진지한 ‘호의’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요즘 묵상하고 있는 고린도전서 사도바울의 고백이 떠오릅니다. "내가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습이 된 것은 아무쪼록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고자 함이라."(고전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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