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223번째 이야기 ‘거만한 바보의 과학 공부, 겸손한 과학자의 신앙 공부’
‘일반 서적이 질문하고 신앙 서적이 대답’하는 오두막 이야기에서 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유시민 작가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와 김영웅 교수의 ‘과학자의 신앙 공부’입니다.
일반 서적입니다. 경제학을 공부한 유시민 작가는 자신은 수학을 못 해서 문과가 된 ‘운명적 문과’ 남자라고 소개합니다. 오랫동안 인문학을 공부해 오면서 ‘나는 누구인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하다가, 자연과학책을 접하면서 그 질문의 실마리를 발견합니다. 이 책은 과학에 두려움을 느끼는 문과생들을 위한 입문서입니다.
책은 총 6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럴법한 이야기와 확실한 진리(인문학과 과학), 나는 무엇인가(뇌과학),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생물학), 단순한 것으로 복잡한 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화학),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물리학), 우주의 언어인가 천재들의 놀이인가(수학)입니다.
저자 자신은 인문학자로서 얼마나 과학에 대해 무지한 지식인이었음을 리처드 파인먼의 '거만한 바보(arrogant fool)' 이야기를 통해 자백합니다.
“내가 바로 ‘거만한 바보’였다. 나는 물질세계에 대해 거의 전적으로 무지했다. 우주, 은하, 별, 행성, 물질, 생명, 진화 같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살았다.” (P. 19).
파인먼은 아인슈타인의 뒤를 이은 ‘과학 셀럽’이자 1965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천재입니다. 그가 학제 간 토론에서 과학의 영역을 존중하지 않고 인문학의 영역만 주장하는 학자들을 두고 '거만한 바보'라고 불렀습니다.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대해 함부로 비판하는 태도에 대하여 ‘앎의 태도’를 환기한 것입니다.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를 읽으면서 내가 받은 유익은 이러합니다.
첫째는 인문학과 과학의 성공적인 융합을 보았습니다. 유시민 작가처럼 수포자이면서 동시에 운명적 문과 남자인 내게 인문학적 질문을 통해 과학을 소개하는 것이 반가웠습니다. 둘째는 어렵게만 느껴왔던 뇌과학, 생물학, 물리학 등을 문과생의 눈높이로 알기 쉽게 풀어냈습니다.
신앙 서적입니다. 김영웅 교수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암 전문기관인 City of Hope에서 스텝 사이언티스트로 재직 중인 분자생물학자이자 독실한 그리스도인입니다. 과학자로서 생물학을 연구하는 신앙적 기쁨에 대하여 이렇게 고백합니다.
“생물학자로서의 일상은 하나님의 창조물을 연구하는 것이다. 숨 쉬고 자라고 번식하는 모든 생명은 창조물이다. (중간생략) 생물학자는 언제나 창조의 자취를 좇고 창조주의 손길을 경탄하며 찬양하는 자이다.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계시가 담긴 두 권의 책이 주어졌다. 하나는 기독교 신앙의 근거가 되는 성경, 다른 하나는 자연이다. 두 권의 저자는 모두 창조주 하나님이다.” (P. 9).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생물학과 신앙 공부, 생물학과 교회 공부, 과학과 신학의 조화, 좋은 아빠입니다.
‘과학자의 신앙 공부’ 책이 내게 준 유익은 이러합니다.
첫째는 줄기세포, 바이러스, 암세포, 면역 등 과학으로 발견하는 인체의 신비를 하나님의 창조 원리와 연결하여 설명합니다. 둘째는 진화, 유전자 편집 등 어렵거나 논쟁적인 주제들을 과학적 사실과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균형 있게 조명합니다. 셋째는 아들의 희소 질환을 이겨낸 간증을 통해, 과학을 깊이 연구할수록 창조주 하나님을 더 경외하게 된다는 고백입니다.
저자는 거만한 바보이자 목사인 내게 ‘과학을 공부한다는 것’이 결코 신앙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여서 좋은 예배자로 서게 함을 깨닫게 합니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특별히 유시민 작가의 책을 김영웅 박사의 생물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다음과 같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먼저 공통점입니다.
첫째는 생물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든 독실한 무신론자이든 두 저자는 모두 생물학을 무시하고는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둘 다 진화를 중요한 과학 이론으로 인정하고, 과학적 사실을 존중합니다. 둘째는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우리 몸이 DNA, 세포, 단백질, 유전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생물학은 인간의 몸을 이해하는 가장 강력한 학문이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셋째는 생물학은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유시민 작가는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고 말하고, 김영웅 박사는 ‘인간은 피조물’이라고 말합니다. 표현은 다르지만, 인간의 한계를 인정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은 차이점입니다.
첫째는 유시민 작가는 생물학은 인간을 설명한다고 말하지만, 김영웅 박사는 생물학은 인간을 설명하지만, 인간의 의미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고 말합니다. DNA가 어떻게 복제되는지는 설명할 수 있지만, 왜 인간에게 존엄성이 있는지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사랑의 화학 반응은 설명할 수 있지만, 왜 사랑이 숭고한지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둘째는 유시민 작가는 인간은 진화한 생명체이지만, 김영웅 박사는 인간은 진화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존재라고 말합니다.
‘문과생을 위한 과학 공부’ 책은 생물학적 인간을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반면에 ‘과학자의 신앙 공부’ 책은 그 생물학적 인간이 왜 창조주 하나님 앞에서 존귀한 존재인지를 설명합니다.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거만한 바보’였는지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과학자의 신앙 공부’를 통해 크리스천 과학자들이 ‘하나님 앞에 예배하는 과학자’로 서기 위해 얼마나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지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미주성결교회’ 교단에 소속되어 있지만 ‘기독교대한성결교회’를 영원히 사랑해야만 하는 ‘운명적 성결교 목사’로서 이런 바람이 있습니다. 인문학과 과학이 결코 대립의 관계가 아니듯이 신학과 과학 역시 대립의 관계가 아닙니다. 과학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성경을 통해 그 창조의 궁극적인 의미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교단의 모든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거만한 바보’가 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정죄하기에 급급하지 말고, 좀 차분히 책상에 앉아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공부하는 분위기’로 교단이 만들어져 가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면 언젠가 하나님의 창조 세계가 얼마나 신묘막측(神妙莫測)한지 과학을 통해 세상에 선포되는 날이 올 줄 믿습니다.
(시편 139:14) 내가 주께 감사하옴은 나를 지으심이 심히 기묘하고 신묘막측하심이라 주의 행사가 기이함을 내 영혼이 잘 아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