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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5분에 책 두권 막 읽어주는 목사) Reading Pastor

오두막 147번째 이야기 - ‘교회는 세상과 함께 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일반 서적은 장 그르니에의 ‘일상적인 삶’이고, 신앙 서적은 유승준의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입니다.
장 그르니에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로서 알배르 카뮈의 스승입니다. 알베르 카뮈는 1933년에 장 그르니에가 발표한 에세이집 ‘섬’을 읽으면서 작가의 길을 꿈꾸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일상적인 삶’은 1968년에 발표된 에세이집입니다. 이 책은 장 그르니에가 실존주의적 경향을 띠고 있지만 다분히 회의주의적이고 관조적인 철학자임을 잘 엿보게 해 줍니다.
이 책은 총 12장(여행, 산책, 포도주, 담배, 비밀, 침묵, 독서, 수면, 고독, 향수, 정오, 자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상’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일상의 ‘표면적인 목적’을 넘어서 ‘이면적인 의미’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행동들, 이 모든 존재 양태들은 우리가 의식하고 있는 표면적인 목적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그것들을 분석해 보면, 일상생활로부터 삶의 결(style) 자체로 넘어가는, 나아가 예술 작품에까지 다다르게 하는 어떤 보이지 않는 오솔길이 드러난다.”(PP. 4~5).
이 중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연관된 세 가지만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첫째, ‘산책’에 관한 것입니다. 장 그르니에는 ‘산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산책은 의도적인 행위이다. 그런데 언뜻 보기에 여행 보다는 훨씬 덜 의도적인 것 같다. 여행은 목적지가 있지만 산책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P. 37).
산책에는 다섯 가지 종류가 있다고 말합니다.
‘강요에 의한 산책’은 기숙사나 감옥의 소장 등이 강제로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산책입니다.
‘목적이 있는 산책’은 회복기의 환자들에게 의사가 권하는 산책입니다.
‘친교를 위한 산책’은 누군가와의 교제의 한 방식으로서의 산책입니다.
‘철학적인 산책’은 일리수스에서 소크라테스가 했던 산책, 아카데모스의 정원에서 플라톤이 했던 산책,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철학 학교에서 한 산책입니다. 장 그르니에가 ‘칸트와 니체’의 산책을 비유한 문장이 참 재미있습니다.
“칸트의 저 유익한 저녁 산책은 규칙적인 휴식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것은 단지 그를 엄청난 작업으로부터 잠시 벗어나게 해 줄 뿐이다. 이와는 달리 니체의 산책은 그의 저작들을 탄생시킨 자양 그 자체였다.”(P. 45).
‘자연과의 교감을 위한 산책’은 보들레르를 비롯한 모든 낭만주의자들의 산책입니다.
둘째, ‘고독’에 관한 것입니다. 장 그르니에는 ‘고립’과 ‘고독’을 다음과 같이 구분합니다.
“고립과 고독, 혹은 떨어져 있음과 외로움은 구분되어야 한다. 고립은 일시적이며 상대적이다. (중략) 고립된 자, 다시 말해 자기 의지와는 반대로 혼자 된 자는 결코 계속해서 고립된 채 남아 있지는 않는다 (중략) 반대로 고독은 본질적이며 결정적이다. 그것은 모든 개인의 근원적인 성향이다.”(PP. 195~196).
그는 ‘고립’과 ‘고독’이 본질적으로 하나라고 주장합니다.
“고립은 그것이 강요된 것이라는 점에서 고독과 다르긴 하지만 때로 고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오랫동안 갇혀 있다가 풀려난 자는 다시 얻은 자유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묶인 채로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서 그는 사슬에 너무나 길들여진 나머지 더 이상 주도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자신이 돌이킬 수 없이 혼자라고 느끼는 것이다 (중략) 모든 것을 잃고 난 후에야 우리는 결정적인 탈출이란 없으며 인간의 고독은 어쩔 수 없는 것임을 이해하게 된다.”(PP. 195~197).
셋째, ‘여행’에 관한 것입니다.
“여행이란, 리트레(Littre) 사전에 따르면 “어떤 곳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 이르기 위하여 옮겨 가는 과정”이다. 여기서 ‘위하여’라는 말을 강조해야 한다. 여행은 의도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중략)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의 이동이 바로 여행이므로 중요한 것은 목적지다.”(P. 9).
장 그르니에는 여행을 여섯 가지 종류로 구분합니다.
‘필요에 의한 여행’은 유목민들이 한 장소에서 계속해서 양식을 얻을 수 없기에 떠나는 여행을 말합니다.
‘강압에 의한 여행’은 시베리아 등지의 강제 수용소에 유배 되어지는 여행을 말합니다.
‘침략적인 여행’은 출장에서부터 국제 무역에 이르는 모든 거래의 여행을 말합니다. 이것의 특징은 사물을 그리고 사람을 점유한다는 것입니다. 흑인 매매나 매춘부 매매가 그 예입니다.
‘호기심에 의한 여행’은 인간의 호기심에서 비롯되는 여행입니다. 과학적 탐험이나 여러 가지 다른 목적이 결합된 여행입니다.
‘시간 조작을 통한 여행’은 역사가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는 다르게 흐른다고 가정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여행입니다. 예를 들면, 로마 제국이 이민족에게 정복당하지 않고 로마 종교도 기독교에 굴복하지 않은 채 정상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날에 이르렀다면 이러한 세상이 되었을 거라는 가설에 기반한 여행입니다.
‘초월을 위한 여행’은 상승을 위한 여행입니다. ‘천로역정’과 같은 여행으로서 지상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과정을 영상으로 우리 눈앞에 펼치는 여행입니다.
신앙서적입니다.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의 저자인 유승준 작가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와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 공부를 한 가나북스 대표입니다. 그는 성결교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성결교의 영적 어머니인 문준경 전도사에 대한 책인 ‘천국의 섬, 증도’의 작가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기간의 한국 교회의 일상은 다 무너지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삶’에서 뽑았던 세 가지 주제와 연결된 한국 교회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한국 교회는 자신을 스스로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장 그르니에의 책 ‘섬’처럼 ‘고립’된 한국 교회는 이제 ‘고독’하게 존재하는 종교 단체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둘째, 한국 교회는 이제 ‘세상’과 함께 ‘산책’을 떠나야 합니다. ‘칸트의 방식’이든 ‘니체의 방식’이든 세상과 발을 맞추어 산책해야 합니다.
셋째, 한국 교회는 긴 ‘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의 시대로 단순하게 돌아가는 여행이 아니라, 한국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비판을 받기 이전의 교회로 멀리 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유승준 작가의 책은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에 출간된 책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충분히 한국 교회의 위기가 단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 이미 1980년대 이후부터 한국 교회가 지향해 오던 ‘인본주의’, ‘물질주의’, ‘대형화’의 결과물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내가 주일학교와 중고등부 학생회 모임을 다니던 1970년대와 청년회 집회에 참석하던 1980년대만 해도 예배당 풍경과 교회 안의 모습은 지금과 참 많이 달랐다. 대부분 가난했고, 모든 게 부족했으며, 세련되지 못한 어설픔이 넘쳐났지만 한편으로는 때 묻지 않은 소박함이 산들바람처럼 맑고 풍요롭던 시절이었다.”(P. 19).
“요즘 한국교회는 너무 삭막하고 건조해졌다. 예배만 끝나면 교인들이 썰물처럼 예배당을 빠져나간다. (중략) 한국사회가 빠른 속도로 산업화, 도시화,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들 사이에 나만 잘살면 된다는 극도의 이기주의와 익명성이 나타나게 되었는데, 그 영향이 교회 안에도 고스란히 흘러들어온 결과일 것이다.”(PP.20~21).
“불과 30-40년 만에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중략) 마을 언덕 위 예배당에서 울려 퍼지던 종로시는 사라진 지 오래고, 성미 주머니는 각종 명목의 헌금 봉투로 대체되었으며, 찬송가 궤도는 뒤편을 가득 매운 대형 스크린으로 뒤 바뀌었다.”(P. 22).
“나는 다시 한 번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시간을 되돌리거나 현재와 과거를 맞바꿀 수는 없어도 그때의 소박했던 예배당 풍경과 신앙생활의 추억들을 오롯이 되살려보고 싶었다.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지금의 교회 안에서 예전에 그랬듯이 우리 모두가 중심에 놓인 교회의 모습을 재현해보고 싶었다. (중략) 135년전 서양 선교사들로부터 복음을 전해 듣고 우리 조상들이 이 땅에 세웠던 최초의 교회, 백정과 양반들이 신분을 떠나 함께 예배드렸던 교회, 일제강점기에 애국계몽운동과 독립투쟁의 선봉이 되었던 교회”(P. 23).
유승준 작가는 ‘한국 교회가 어디로 여행을 떠나야 할까’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의 한국 교회’는 결코 아닙니다! 적어도 1980년대 이전의 교회로 돌아가자고 하더라도 꼭 과거의 한국 교회가 완벽한 교회라고는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 시절이라고 해서 다 좋고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것만은 아니다. 그때도 나쁜 게 있었고 불순한 것도 있었으면 볼썽사나운 면도 있었다. 본받지 말아야 할 것도 있었고 민망하고 어리석은 것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측면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최소한 그때는 교회가 지금의 교회보다는 깨끗했다. 세상 속에 홀로 둥둥 떠 있는 교회가 아니라 마을이나 지역 공동체와 함께 하는 교회였다. 사회를 위해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할 줄 아는 교회였다. 그리고 최소한 그때는 크리스천들이 요즘의 크리스천들보다는 순진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고 출새하고 성공하기 위해예배당에 나오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내 배도 고프지만 나보다 더 배고픈 사람을 위해 밥숟가락을 양보할 줄 알았고, 내 자식도 귀하지만 남의 자식도 다들 귀한 줄 알았으며, 고통과 슬픔에 빠진 이웃을 위해 함께 울어 울 줄 알았다. 지난 30~40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는 우리는 이 소중한 것들을 대부분 잃어버렸다.”(PP. 204~205).
이 글을 읽는데 갑자기 ‘정인’이 얼굴과 ‘양부모들’이 떠올랐습니다. 이 글을 읽는데 이제 더 이상 신천지가 떠오르지 않고 개신교 청소년 선교단체가 떠올랐습니다. 두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간절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한국교회는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가 타락하기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욥기의 고백이 떠오릅니다.
“기나긴 세월로 되돌아갈 수만 있으면, 하나님이 보호해 주시던 그 지나간 날로 되돌아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때에는 하나님이 그 등불로 내 머리 위를 비추어 주셨고, 빛으로 인도해 주시는 대로, 내가 어둠 속을 활보하지 않았던가? 내가 그처럼 잘 살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서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 집에서 하나님과 친밀하게 사귀던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욥기 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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